통합 검색

통합 검색

쿠팡은 법을 지키는 기업인가, 법을 상대하는 기업인가

책임회피형 플랫폼 권력이 적층식 랙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


쿠팡을 둘러싼 여러 사건을 개별적인 논란으로만 보면 전체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거부, 개인정보 조사자료 삭제, 국회 불출석과 자료 미제출,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혐의, 정부·국회 출신 인사로 구성된 대규모 대관조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업 국적,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이 사건들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생했지만 대응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먼저 책임을 인정하고 바로잡기보다, 절차를 다투고, 책임자를 뒤로 숨기고, 행정기관과 국회를 상대하며,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투자·고용·통상 문제로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책임회피형 플랫폼 권력’이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이러한 기업을 ‘책임회피형 플랫폼 권력’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책임회피형 플랫폼 권력이란 시장 지배력과 국민의 서비스 의존도를 바탕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도, 사고나 위법 의혹이 발생하면 실질 책임자는 뒤로 숨고, 절차적 다툼·소송·대관조직·국적 선택·해외 정치력을 동원해 책임을 지연하거나 그 비용을 노동자와 소비자, 지역사회와 국가에 전가하는 기업 권력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법적 권리를 행사하고 정부와 소통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준수하기 위한 노력보다 법적 책임을 피하고 행정기관의 판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에 더 많은 조직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01. 정부의 현장조사까지 거부하다
2026년 8월 쿠팡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를 네 차례 거부했습니다. 공정위 출범 이후 조사 대상 기업이 현장조사 자체를 전면 거부한 최초 사례로 알려졌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사고 조사에서는 자료보전 명령을 받고도 약 5개월 분량의 웹 접속 기록을 삭제해 조사를 방해했다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판단을 받았습니다.

행정기관의 판단이 잘못됐다면 법정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사에 필요한 현장과 자료 자체를 차단한다면 정부는 기업이 선택해 제공한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02. 노동자의 퇴직금도 비용 절감의 대상이었나
쿠팡풀필먼트서비스는 일용직 노동자의 퇴직금 산정기간을 다시 처음부터 계산하는 이른바 ‘퇴직금 리셋 규정’을 운영했습니다.

상설특검은 2026년 2월 노동자 40명의 퇴직금 약 1억2천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법인과 전·현직 대표를 기소했습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므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노동자의 퇴직금까지 효율과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적층식 랙을 통해 확보한 작업공간과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안전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묻게 됩니다.
03. 책임자는 국회를 피하고, 대관조직은 확대하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국정감사와 청문회 증인으로 여러 차례 채택됐지만 반복적으로 불출석했습니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상당 부분 응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2025년에만 국회, 대통령비서실, 공정위, 노동부, 검찰, 경찰 등에서 근무한 퇴직공직자 18명이 쿠팡과 계열사로 이동했습니다.

퇴직공직자 채용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그러나 실질 책임자는 국회를 피하면서 회사를 조사하고 감독하는 기관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면, 대관조직이 소통을 위한 조직인지 규제와 책임을 막기 위한 방패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04. 필요할 때는 한국기업, 필요할 때는 미국기업
쿠팡은 한국에서 고용과 투자를 강조할 때는 한국기업이라고 설명해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과 불공정행위를 조사하자 미국에서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 쿠팡’을 차별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반대로 미국에서 개인정보 유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되자 쿠팡Inc는 해당 사고가 한국법인에서 발생한 한국 사건이라며 소송 각하를 요청했습니다.

한국에서 성과를 말할 때는 한국기업이고, 한국 정부의 규제를 받을 때는 미국기업이며, 미국에서 책임을 물을 때는 다시 한국 사건이라는 논리입니다.
05. 한국의 문제를 미국의 통상 문제로 바꾸다
쿠팡Inc는 개인정보 유출사고 이후 미국 백악관, 의회, 국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 활동을 벌였습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무역대표부에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청원했습니다. 이후 국내 개인정보 유출과 법 위반 문제가 한미 통상·외교 문제로 확대됐습니다.

2024년 공정위 제재 때도 쿠팡은 로켓배송과 국내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부산 물류센터 기공식을 취소했습니다.

법적 판단은 소송으로 다투고, 국내에서는 배송·투자·고용을 내세우며, 해외에서는 미국기업 차별과 통상 문제를 제기하는 대응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06. 적층식 랙 문제에서도 같은 대응이 반복될 수 있다
적층식 랙 문제는 지금까지의 사건보다 쿠팡의 물류 운영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초 국토교통부가 적층식 랙의 설치·운영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다른 물류기업들은 자료 제출에 협조했지만, 쿠팡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적층식 랙 문제에 대한 쿠팡의 저항은 단순한 예상만은 아닙니다. 전국적인 현황을 파악하는 초기 단계부터 다른 기업들과 다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전국 물류센터의 적층식 랙이 단순한 물류설비가 아니라 근로자가 상주하는 작업공간으로 판단될 경우 건축허가, 증축, 용적률, 피난, 소방, 산업안전, 세금 문제까지 함께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센터에서는 기존과 같은 면적과 방식으로 물류작업을 계속하기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쿠팡은 이를 단순한 건축법 판단이 아니라 물류센터 운영, 로켓배송, 투자, 고용과 국내 유통 경쟁력 전체의 문제로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적층식 랙의 위법성이 인정되면 쿠팡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강하게 저항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적층식 랙은 건축물이 아니라 물류설비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상주 작업장이 아니라 물품 이동과 보관에 부수되는 작업만 이루어진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기존 국토교통부 해석과 지방자치단체의 판단을 신뢰했다며 책임을 행정기관에 돌릴 수 있습니다.

넷째, 전국 센터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물류대란과 고용불안이 발생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대관조직과 법률대리인을 통해 행정기관의 판단을 장기간 다투고 시정조치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여섯째, 미국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논리로 미국 정부와 투자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쿠팡의 미래 행동을 사실로 단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현황조사 단계에서 이미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지금까지 정부 조사와 제재, 국회 출석, 개인정보 유출, 퇴직금 문제에 대응한 방식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응 시나리오입니다.
07. 물류대란 가능성이 위법성을 덮어서는 안 된다
쿠팡의 물류망이 크고 많은 국민이 로켓배송을 이용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적층식 랙 문제를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나 물류 운영에 미칠 충격이 크다는 이유로 현장의 실제 사용 형태와 건축법 적용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시장을 크게 장악한 기업일수록 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물류대란에 대한 대비와 위법성 판단은 분리돼야 합니다.

정부는 적층식 랙의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국 센터의 실제 사용 형태를 동시에 조사하며,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단계적인 시정계획과 물류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쿠팡이 물류 차질과 고용불안을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건축법과 안전기준의 적용을 중단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08. 국가가 먼저 대비해야 한다
적층식 랙 문제는 쿠팡의 자발적인 시정만을 기다려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는 판단을 발표하기 전에 현장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고, 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고용노동부·소방청·국세청 등 관계기관이 동일한 사실관계를 공유해야 합니다.

또한 쿠팡의 대관과 소송, 물류대란 주장, 미국을 통한 통상 압박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대응 논리를 준비해야 합니다.

쿠팡의 물류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면 그 중요성이 쿠팡의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일수록 법과 안전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고, 정부 조사와 국회의 검증에 성실하게 응해야 합니다.

우리가 적층식 랙 문제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단순히 철골 구조물 하나의 명칭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법과 안전기준이 거대한 플랫폼 기업 앞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그리고 국민의 생활을 떠받치는 물류시스템이 법과 안전 위에 세워져 있는가를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요약(AI)
이 문제는 쿠팡 한 기업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설비라는 이름으로 사실상의 작업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허용된다면 다른 물류센터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기준이나 정치적 판단이 아닙니다.

현장을 있는 그대로 확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속적으로 일하는 공간이라면 그에 맞는 건축·피난·안전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것입니다.

복도에서 이미 한 번 행정 판단이 뒤집히는 과정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적층식 랙에서도 다시 묻습니다.

“정말 현장을 제대로 확인하고 내린 판단입니까?”